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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더 퍼스트 극장판 감상평, 영화가 보여주는 성장 스토리 (스포있음)

YUREKA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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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슬램덩크 세대의 마음을 흔들었던 극장판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관람하기 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것들,

송태섭이 거의 주연급으로 만들어 졌다.
원작자가 스토리와 작화를 맡아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빙으로도 볼 것이고 자막으로도 볼 것이다.
만약 원작이 아니었으면 재미없었을 것이다.

등의 많은 평가가 있었습니다. 아직 다른 분들의 감상평은 못 봤지만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을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더 퍼스트의 의미(The First)

농구 포지션에서 가드(1번), 북산의 돌격대장, 도내 넘버-원 가드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투수가 1번, 포수 2번, 1루수 3번, 우익수 9번과 같이 포지션과 그에 해당하는 등번호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농구에서도 나름의 포지션과 번호가 있죠. 포인트 가드(PG) 세부적으로 여러 역할이 있겠지만 팀 공격의 첫 발을 내딛는 역할로 볼을 상대편 코트까지 운반하여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농구에서의 1번, 넘버원은 송태섭의 포지션 포인트 가드입니다. 농구 경기가 점프볼로부터 시작하지만 공격을 하나하나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있죠. 영화의 더 퍼스트라는 제목을 보고, 언제나 메인 볼 핸들로서 첫 발을 내디뎠던 송태섭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작명 아닐까 싶었습니다.

 

원작-도내-넘버-원-가드
도내 넘버-원 가드(슬램덩크)

 

 

송태섭

원작에서 가장 가려진 존재, 영화가 보여주는 그의 성장 스토리

만화 원작을 보셨다면 이한나와 송태섭의 명장면, 도내 넘버원 가드를 기억하실 겁니다. 송태섭을 상징하는 장면이죠. 사실 원작에서 송태섭은 상양의 김수겸, 해남의 이정환 등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게다가 원작 자체가 문제아 소년이 농구를 만나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소년물의 줄거리인지라 송태섭 캐릭터를 살릴 만한 거리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채치수, 서태웅도 만화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과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누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대만은 어록까지 있을 정도죠. "내가 누구지...?" "그래, 나는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강백호는 아예 농구 슛도 모르는 문제아가 고등학교 전국대회의 무패산왕을 꺾는데 최고의 역할을 할 정도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원작 속에서 송태섭은 뭔가 부족합니다. 물론 도내 최고의 상대를 상대로 '분전' 하였지만 영화 속에서 또다시 밀립니다. 산왕전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이명헌-정우성에게 거친 압박을 받더니 아예 상대 코트로 볼을 보내지도 못하고 거의 20-0런을 내줍니다. 이게 뭘까요? 

돌파하려는-송태섭
송태섭(The First Slam Dunk)

영화에서는 송태섭이 어린 시절 이야기가 주요 스토리로 나옵니다. 근데 거기서도 상대에게 밀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마치 산왕전에서 압박을 받는 모습이 그의 어린 시절 겪은 고난이 겹쳐 보입니다. 이 압박 뚫어내기 위해 그는 자기의 장기를 발휘합니다. 키가 작은(원작 설정에서 160cm) 선수가 농구를 하는 방법,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입니다. 자기보다 더 실력 있었던 그의 형에게서 한 점을 뽑아낸 그 방법과 같습니다. 나보다 큰 상대에게서도 나의 장기를 발휘하고 도망가거나 뒤로 가지 않고 상대를 응시하며 정면으로 뚫어냅니다.

 

원작에 충실함과 변형

원작이 농구 경기에 집중했다면, 영화판은 인생의 성장과 선수로서의 성장을 함께 다루려고 함.

이러한 송태섭의 어린 시절은 어찌 보면 농구 경기라는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농구하다 말고 자꾸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거든요. 작가의 극적 장치, 농구 경기라는 것도 결국 삶이라는 게임과 같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원작이 정말 농구에 집중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유쾌함과 코믹함, 감동을 선사했다면 영화는 계속해서 인생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닮으려고 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 (산왕전 전반전) - (송태섭이 형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
닮으려는 사람이 사라지고 혼란에 빠진 나 (산왕전 후반 첫머리) - (송준섭의 사고 및 정체)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분투와 동료들 (산왕전 후반 중간) - (정대만과의 첫 만남과 다툼)
이상향의 그늘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순간 (산왕전 후반 마지막) - (경기 전 송태섭과 가족의 서사)
그리고 산왕전 후반전 1분 마치 정지된 순간

 

중간중간 원작의 코믹함을 담아 놓는 시늉은 했지만, 그마저도 원작을 다시 영화화하였을 뿐 전혀 만화 속의 느낌이 살아 있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 극장판은 말 그대로 영화이지 소년만화가 아님을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작품 총평 ★★★★☆

포스터-슬램덩크-영화판
영화로서의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와도 다른 완전한 영화 

 

이는 슬램덩크의 만화, 우리에게는 Crazy For You,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가 들리는 그 작품과도 아예 다릅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이 슬램덩크가 그렇게 재밌다는데 맛보기나 해볼까~ 하고 가면 개인적으론 전혀 재미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미 원작을 다 아는 사람들에게 이제 과거는 여기에 묻어놓고 새로운 발걸음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송태섭도 새로운 시작을, 그것도 정말 높은 곳에서 시작을 하며 마무리를 하니까요. 이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서사마저도 제거해 버린 점은 아쉽습니다. 송태섭 - 이한나의 서사라던지 안경선배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던지, 농구 경기를 화려하게 보여주려는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만화, 애니판과는 아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작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 이는 만화책 산왕전을 보여주려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아닌, 말 그대로 영화로서의 슬램덩크 그 유일한(The First) 작품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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